아이폰 용량 확장 vs 클라우드 구독
2024년 11월, 내가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은 iPhone 12 64GB 모델이다. 가끔 주변 사람들과 핸드폰 기종에 대해 이야기 나눌때 내가 64GB 짜리 저장공간을 가진 핸드폰을 쓰고 있다고 하면 놀라움을 표현하는 주변 사람들이 가끔 있다. 요즘이야 휴대폰 교체 주기가 길어져서 4-5년전 모델을 쓰는건 그러려니 하더라도 용량이 부족하지 않냐는 것이다. 나는 휴대폰으로 게임도 하지 않고 유튜브 시청과 카카오톡 쓰는게 전부라 별로 용량 부족을 느껴본 적은 없다. 사진도 많이 찍는 편은 아니어서 갤러리에 사진이 수십 기가바이트 씩 쌓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용량이 부족한 이유
주변의 사례로 미루어 보건대, 게임을 하지 않는 나와 비슷한 사용 행태를 가지는 사람들의 휴대폰 저장 공간을 차지하는 가장 큰 원인은 카카오톡 미디어 캐시와 갤러리에 있는 사진, 동영상이다. 일반적으로 주변 사람들과 사진 공유를 카카오톡을 통해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전송받은 사진과 영상을 확인하는 순간에 그러한 미디어파일들은 내 휴대폰으로 다운로드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카카오톡이 차지하는 용량은 수십기가에서 백기가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요즘 스마트폰이 찍는 사진 한 장이 작게는 2MB 에서 10MB 를 넘는 경우도 흔해서 단톡방에서 여행이라도 다녀와서 사진 공유를 너도나도 원본파일로 하게되는 순간 용량 수 기가바이트가 늘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카카오톡 앱 정책으로 오래된 미디어 파일들을 사용자의 로컬 기기에서 주기적으로 삭제하도록 한다거나 할 수도 있지만, 카카오톡의 로컬 데이터들이 개인간의 통신기록이라는 점에서 함부로 이런 작업들을 자동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미 다운로드 해 필요한 사진들은 갤러리로 옮겨 놓았다면 정기적으로 카카오톡의 미디어 파일 정리를 해 주는 것 많으로도 용량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갤러리에 보관된 사진을 지우지 않는다면 시기를 늦추더라도 휴대폰 저장 공간은 언젠가 차 오른다. 이때 해결책은 두가지다. 더 용량이 큰 새 기기를 사서 옮기거나, 휴대폰이 아닌 다른 곳에 사진을 옮겨 저장하는 것이다.
배터리 일체형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서 SD 카드를 통해 휴대폰 저장 공간을 확장하던 기능 또한 로스트 테크놀로지(?)가 된지 오래인데, 그래서 휴대폰 용량을 여유있게 사용하고 싶으면 동일 모델 내에서도 추가적인 저장공간 옵션이 적용된 모델을 구매해야 한다.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 컬러옵션을 제외하면 같은 급의 스마트폰에서 적용할 수 있는 옵션이 사실상 저장공간 단 하나뿐인데 메모리 원가를 고려하면 소비자에게 ‘선택권’ 을 부여한 것이라기엔 그 가격을 지불하기가 조금 억울한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 저장용량 옵션의 대안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현재 구글의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Google One 을 구독하고 있다.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가 아이폰 용량을 늘리는 것에 비하여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 지금부터 비교해 보도록 하자.
아이폰16 Pro 용량 옵션별 가격비교
추가용량 (기준용량) | 가격 | 1GB/원 |
---|---|---|
128GB (256GB) | ₩150,000 | ₩1,172 |
384GB (512GB) | ₩450,000 | ₩1,172 |
896GB (1TB) | ₩750,000 | ₩837 |
위 표는 아이폰16 Pro 의 기본 모델인 128GB 를 기준으로 추가 저장공간 선택에 따라 1G 당 얼마를 더 지불해야하는지 정리한 것이다. 512GB 모델까지는 추가 용량 1GB 당 가격이 1,172원으로 동일하다가 1TB 부터 약 30% 정도의 가격 할인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Google One 플랜별 가격비교
용량 | 비용/년 | 1GB/년 |
---|---|---|
100GB | ₩24,000 | ₩240 |
200GB | ₩37,000 | ₩185 |
2048GB | ₩119,000 | ₩58 |
그리고 위의 표는 구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인 Google One 의 연간 구독용량 에 대한 가격표이다. 아이폰 기본 모델에 896GB 을 추가 확보하는 비용 (75만원) 으로 대략 6.3년의 Google One 2TB 구독을 유지할 수 있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구독 서비스와 물리적인 기계를 구매하는 비용을 1:1 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으니 좀 더 체계적인 계산을 해 보도록 하자.
대략 아이폰 출시후 1년이 지날때마다 대략 20% 정도의 감가상각이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자. 감가 상각은 전체 판매가 기준으로 이뤄지나, 저장용량에 대해 추가 지출한 비용도 동일한 비율로 감가될 것이므로 추가 용량에 1년에 지불하는 순수 금액을 대략 아래와 같이 산출할 수 있다. (본인이 스마트폰을 중고로 판매할 예정이 없다면 사용연한의 역수를 감가상각으로 계산하면 된다.)
iPhone 16 Pro 감가상각에 대한 옵션별 가격비교
추가용량 (기준용량) | 추가가격 | 비용/년 | 1GB/년 |
---|---|---|---|
128GB (256GB) | ₩150,000 | ₩30,000 | ₩234 |
384GB (512GB) | ₩450,000 | ₩90,000 | ₩234 |
896GB (1TB) | ₩750,000 | ₩150,000 | ₩167 |
즉 아이폰16 Pro 256GB 모델까지는 Google One 100GB 구독과 거의 비슷한 가성비를 보이고 512GB 모델 이상을 선택할 것이라면 Google One 200GB 이상 플랜 구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좋다. 특히 휴대폰 파손이나 분실 등 천재지변등의 사유에 의한 데이터 유실의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클라우드 서비스의 강점이 두드러진다.
iCloud+ 의 경우는 Google One 보다 약 20% 비싼 가격에 플랜을 제공하고 아무래도 애플 기기가 아닌 환경에서는 활용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최대 용량 플랜을 무려 12TB 까지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잔머리를 굴려서 최대 5인까지 요금제 공유가 가능하므로 대략 2.4TB 를 17,600원/년에 사용할 수 있긴 하지만 단독 2TB 플랜이 14,000원/년 인것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어 Google One 의 2TB 가 부족한 애플 유저에 한해 고려해볼만 하다.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톡서랍은 Google One, iCloud+ 에 비해 용량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고 카카오톡에서 전송되는 모든 메시지, 사진이 자동으로 백업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로컬 저장소를 자동으로 싱크하는 기능은 없고 (특정 파일만 지정해서 업로드하는 것은 가능) 구글 드라이브나 iCloud 가 안드로이드나 iOS 에서 네트워크 파일시스템으로 마운트 되어 퍼스트파티 앱에서 로컬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통합된 사용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있다. 카카오톡에서 오간 사진을 백업하는 것이 귀찮다면 100GB 나 250GB 플랜을 서브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추천할 만 하다.
마치며
좀 더 발품을 팔면 가정에 NAS 등을 구축해 사용할 수도 있지만 유지/관리에 어느정도 지식이 필요하고 정전이나 불의의 사고에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아서 구독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만약 기존에 사용하던 Google One 플랜으로도 용량이 부족한 시점이 오면 AWS 나 GCP 에서 제공하는 콜드 스토리지로 오래된 사진들을 옮겨볼까도 고민하고 있다 S3 Glacier Deep Archive 기준 1TB 당 보관료는 12USD/년 수준인데, 어차피 오래된 사진은 자주 꺼내보지는 않고 보관에 의의가 있으므로 꽤 괜찮은 선택이라고 본다. 한편, 4K 영상 촬영 등 사용 패턴에 따라서는 여전히 높은 저장공간을 가진 스마트폰이 어쩔수 없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떤 조합으로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으나 단순히 큰 용량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이외의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